그렇게 달고 싶었던 '강 이방'의 견장은 어느새 3개월이 지나 꼬질꼬질해졌고, 이제 엿새 후면 첫 번째 작대기 아래 또 하나의 작대기가 수놓이게 된다. 10월 1일, 예상보다 한 달 이른 진급이다. '이방'에서 '일방'으로의 이번 진급은 이른 만큼 벅차다. '이방 강종구'는 경기도 이천소방서에서 무엇을 해왔는가? 사나흘 간격으로 24시간씩 총 200여건의 구급출동을 했고, 각종 사역에 수시로 동원되었으며 청소, 빨래, 식당보조 등을 매일같이 했다. 책을 열댓 권 읽었고 외박을 두 번 나갔다 왔으며 미루고 미루던 웨이트 트레이닝을 이제 막 시작했다. 그뿐이다.
소방서 생활에 적응해감에 따라 생활이 단조로워지는 딱 그만큼씩 시간은 빨라지고 있다. 팔자 좋게 앉아서, 국민의 혈세로 구입한 백여 권의 책 중 황석영 씨의 신간 『개밥바라기별』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강 이방은, 마지막 장을 넘기고는 고개를 떨구고 만다.
목마르고 굶주린 자의 식사처럼 맛있고 매 순간이 소중한 그런 삶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내가 길에 나설 때마다 늘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다.1오후 다섯 시 이십 분, 청소가 시작되고 또 하루가, 가아아아안다.
- 황석영, 『개밥바라기별』 p.261 [본문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