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열두 시간의 기나긴 부트 캠프는 ‘파트너십’의 의미와 당위성에 대한 자극의 연속이었다.
그것은 개인적으로 전공 공부의 방향을 처음 정하며 깨기로 마음먹었던 고정관념과 편협에 맞설 대안이기도 하다. 쉬는 시간 없이 이어진 강의에서 소개되었던 Microsoft의 새로운 모습들은 공통적으로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과 철학의 필요’를 변화의 전제로 삼고 있었다. 이 날 어느 발표자의 표현대로 이것이 이 굴지의 회사가 ‘사활을 걸고 하는 회심의 도전’이라면 그것은 분명 분야를 막론하고 기술에 일정 수준 이상은 발 담그며 살아갈 백여 명의 MSP에게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시사할 것이다. 보고 싶은 대로만 보고, 할 수 있는 것만 옳은 ‘자기 포기’의 세상, 미지의 세계에 눈 감아버리고 시야를 좁힐수록 각광받는 ‘전문화의 함정’ 속에서 앞으로 1년간 MSP들은 각자 Microsoft의 이러한 메시지를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하게 될까?
기대가 큰 만큼 이 상황이 내 삶에 일으킬 변화가 아직은 막막하기도 하다. 부트 캠프에 참여하고 구성원들과 소통할수록 앞으로 1년간 MSP로서의 삶을 결심한 것이 예상보다 좀 더 위험하고 과감한 도전이 될 것임을 직감하게 된다.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되려는 노력은 개발자와 기획자, 디자이너 각자의 ’다름’이 아직까지는 MSP라는 테두리 안에서 똘레랑스의 범주에 속하지는 않음을 깨닫게 하는 자극제와 마찬가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상상으로만 그려온 ‘미지의 세계’가 조금은 갑작스레 현실로 다가왔다. 적지 않은 인원을 한 자리에 앉혀놓고 장시간동안 진행된 이미지 트레이닝에도 불구하고 ‘Microsoft=기술개발’이라는 프레임에서 다소간 벗어나지 못한 채 활성화되고 있는 이 집단의 현재가 어쩌면 나에게는 기회일지 모른다. 이제는 현실이 된 이 기회가 어떤 방향으로건 내 공부와 삶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남기게 될 것만큼은 분명하다.
일정상 보길도까지 가지는 못하지만, 수평선이 어딘지 가늠이 안 될 만큼 맑은 땅끝마을의 날씨에 아쉬움이 어느 정도 풀린다. 새벽 벽두부터 땀을 뻘뻘 흘려가며 땅끝전망대에 올라 이번 여행을 되돌아봤다.
여행 과정에 몸을 맡길수록 껍질을 까는 느낌이었다. 나도 이렇게 무모하고 홀가분하게 살 수 있었나, 감탄의 연속이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데미안』의 한 구절에 조금은 가까워졌나 싶다. 더불어, 항상 맺음을 망설이고 끊음에 미련갖는 나의 서투른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실마리 또한 얻었다. 수많은 사람들과 스치고 헤어지며, 부담없이 다가가는 법과 크게 미련갖지 않는 법을 익혔다.
여전한 치열함의 이면에 차분함이 자리잡은 느낌이다. 선 자리에서 넓게 둘러보고, 옳은 길인지는 몰라도 바른 걸음으로 전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이번 여행에서 얻었다. 다시금 솟아나는 자신감으로 이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산초당은 생각보다 단출하다. 이름이 무색하게 와당이긴 해도 초당의 소박함만큼은 충분히 지니고 있었다. 쪽마루에 앉아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읽으며 땀을 식혔다. 학문하는 자의 최우선 덕목을 動容貌, 出辭氣, 正顔色라 한 다산 선생은 뼛속까지 선비라 할만하다. 그의 학문적 성향을 차치하고라도, ‘삶으로서의 공부’라는 사고방식만큼은 분명 본받을 만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무릇 ‘예비 지성인’이라는 대학생의 사명이 날로 퇴색되어가는 오늘의 세태에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음을 반성하고, 공부하는 이가 갖춰야 할 자세를 고민해본 짧지만 뜻깊은 시간이었다. 다만 전통체험이랍시고 백의 차림으로 호객행위를 하던 이들만 없었다면 더욱 호젓한 풍경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