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후 所懷
개구리 마크 하나만 휑하니 달린 말쑥한 군복이 도저히 쑥스러워, 출타 때마다 입던 다 늘어진 근무복으로 갈아입었다. 이 역사적인 날에도 예외 없이 바삐 돌아가는 소방서의 하루만큼 성급하고 간결했던 전역신고, 어쩌면 지난 2년은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지 모르겠다.
상상하기엔 마냥 기뻐 뒤도 돌아보지 않을 것 같았다. 소방서가 나에게 어느새 ‘탈출해야 할 곳’이 되어 있었나 보다. 좋았건 나빴건, 이곳에서 지낸 시간이 짧지만은 않았다는 증명일 것이다. 그 짧지 않은 시간동안 과연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았는가?
스무 살에 맞닥뜨린 삶의 기로에서 태어나 처음 스스로 한 선택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 살아내고 싶었다. 공부밖에 몰랐던 모범생답게, 책상머리에 앉아 끙끙대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하지만 당면해있는 생활을 외면해가며 자기계발에만 몰두하는 삶은 공부에의 의무감과 업무 스트레스가 두서없이 뒤엉켜 진정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러한 본말전도를 타파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군인이자 구급대원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나의 자세는 치열함이라기보다 젖어듦이었다. 견문을 넘어선 체험이길 바랐기에 자기계발만큼이나 출동업무에 열심이었다. 출동벨이 취명되고 구급차로 뛰어가는 순간, 나를 군대로 도피하게 하였던 수많은 고민들과의 정면 승부가 시작되었다. 출동을 거듭할수록 넓어지는 날것 그대로의 세상이 눈앞에 펼쳐질 때, 그 충격이 새로운 계기이자 영감이 되어 매 순간 나를 이끌었다. 무엇보다도 한 인간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확신을 갖게 되었다.
군용 더플백을 메고 나서는 발걸음이 무거운 것은 얻은 게 많아서인지 그저 허비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후회는 없다. 살아보면 차차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