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반복
현존 최고最古의 금속 활자 인쇄물인 『직지심체요절』은 고려 시대에 제작되었다. 구텐베르크의 그것보다 약 80여 년 앞선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텐베르크의 금속 활자 인쇄술은 유럽 민중 문화의 기층부에 계몽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앞선 기술의 활용이 불교 경전이나 국가사업에 국한되었던 고려 시대의 모습과 사뭇 비교된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iPhone이 국내에 출시된지 열흘만에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하며 국내 이동통신 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인 ‘옴니아2’는 상대적으로 뛰어난 하드웨어 성능을 가졌음에도 iPhone 열풍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이폰·블랙베리 뜯어보니 ‘메이드 인 삼성’이라지만 죽 쒀서 개 준 셈이니 마냥 뿌듯해할 결과는 아니다.
앨 고어는 “전 세계가 인쇄술에 이어 한국으로부터 두 번째 혜택을 보게 되는 것”라고 답보하는 우리의 현실을 비꼬았다. 이는 비단 선진 첨단 기술에만 유효한 일침이 아니다. 평균지능지수 세계 2위의 우수한 인적 자원을 입시 경쟁에 낭비하는 제도권 교육은 어떤가?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갖추고도 여전히 뒤떨어지는 인터넷 윤리는 어떤가? 역사는 역사에 대한 무지로부터 반복된다.